신경림 후보 논문 논란 설왕설래…간호사 자살 사건 ‘태움 문화’ 이슈로 어수선

한 간호대학의 나이팅게일선서식 모습.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새로운 회장을 선출하고 앞으로의 사업 계획 등을 논의하는 대의원 총회(21일)를 하루 앞둔 대한간호협회가 안팎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간협 제37대 회장 선거에 단독 출마한 신경림 교수(이화여대 간호대학)를 둘러싼 논문 중복출판 논란이 관계자들 간의 치열한 진실공방으로 이어졌고 지난 설 연휴에 한 대형병원 신규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두고 ‘태움(괴롭힘)’ 탓이라는 유가족들의 주장이 연일 이슈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한국간호발전총연합회(이하 한간총, 회장 김소선)가 최근 문제를 제기한 신경림 교수의 과거 논문 중복출판 논란은 논문공동저자들이 ‘사실이 아니다’라며 즉시 반박하고 한간총이 재반박을 한 이후 공동저자들이 또다시 재차 반박하면서 진실공방 핑퐁 게임이 뜨겁다.

한간총은 지난 9일 “신경림 교수가 2011년 한국성인간호학회에 발표한 논문과 2012년 Nursing & Health Sciences(이하 NHS)에 제출한 논문은 그 대상자가 거의 동일하고 유사한 연구이며 새로운 가설이나 과학적 발견이 추가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에 논문공동저자들은 지난 13일 NHS에 2012년에 발표한 논문은 2011년 논문과 결코 중복 출판이 아니라며 그 근거로 NHS 편집장에게 중복출판 의혹의 판단을 요청하고 회신한 이메일 편지 내용 전문을 공개해 반박에 나섰다.

하루 뒤인 14일, 한간총 김소선 회장은 “공동 저자들이 근거로 제시한 NHS 편집장의 회신이 연구부정의혹이 제기될 당시의 편집장이 아닌 NHS 전(前) 편집장의 회신”이라며 “신경림 교수의 논문을 심의할 권한이 없는 자일뿐만 아니라 공동저자들은 의편협의 의견을 부정하는 비윤리적 행동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재차 비판했다.

이에 공동저자들은 지난 19일 또 한 번의 반박을 이어갔다.

최초 반박에서 공개한 NHS 편집장은 2012년 논문이 게재될 당시 최종 결정한 자로서 눈문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은 자이고 의편협에 직접 확인한 결과 중복출판 판단은 참고의견일 뿐 해당 학술지에서 최종 결정을 하는 것이라는 말을 전달 받았다는 것.

특히 논문공동저자들의 두 번에 걸친 반박에 한간총은 또 다른 반박자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당장 선거를 하루 앞둔 간호협회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아울러 간협 밖으로는 설 연휴기간에 서울 소재의 한 대형병원 신규 간호사가 자살한 사건을 두고 잠잠하던 ‘간호사 태움 문화’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간호계가 충격에 휩싸여 있는 상태다.

서울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전 10시 30분경 서울 송파구의 한 대형병원 간호사 김 모씨가 아파트 고층에서 투신해 사망했다.

이번 사실은 사고 직후 김 모씨의 남자친구 A씨의 SNS 게시글을 통해 확산됐으며 A씨는 김 모씨가 입사 후 6개월 동안 선배 간호사 및 동료 간호사들로부터 태움을 겪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남자친구 A씨와 김 모씨의 유가족 등은 “병원 측이 사실을 은폐하고 사과하지 않고 있다”며 “간호부 윗선에서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태움'이라는 것이 그를 벼랑 끝으로 몰아간 요소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고 강조했다.

이에 송파경찰서와 해당 병원은 김 모씨의 정확한 사망 동기 등을 밝히기 위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모씨의 사망 동기가 ‘태움’ 때문이라는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태움’은 간호협회도 항상 예의주시하던 문제로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7월 ‘간호사의 고백; 나는 어떻게 나쁜 간호사가 되었나’라는 지상파 시사프로그램 방송 직후 ‘병원을 떠나는 간호사, 무너지는 환자안전’이라는 주제의 국회 토론회에서 간호협회 관계자들이 ‘태움’을 언급한 바 있다.

당시 간호협회 곽월희 이사는 태움 악습을 없애기 위해 협회 차원에서 노력을 지속해 왔지만 현재도 ‘태움’이란 용어가 존재하는 것은 원인이 어디에 있든 반성하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태움을 뿌리 뽑으려면 협회의 노력과 더불어 국회와 정부의 적극적인 인식 개선과 지원 방안 마련, 간호사들 스스로는 내면의 힘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곽월희 이사다.

곽 이사는 “신규간호사는 물론 경력간호사들도 벅찬 업무, 결혼과 육아라는 장벽 앞에 좌절하고 있다. 정부, 국회, 병원경영자 모두가 잘 훈련된 간호사들이 현장을 떠나지 않도록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 개선을 위한 대책마련에 힘써야 한다”며 “간호사들 스스로도 상황에 적합한 대처능력과 소통능력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간호협회의 근심과 걱정이 안팎으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어떤 돌파구와 해결 방안들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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