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무협·유가족, “일반 병동 간무사 법정 간호 인력 인정해 억울함 없도록 해야”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밀양 세종병원 화재 현장에서 끝까지 현장을 지키다 희생된 故김라희 간호조무사의 유가족과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가 ‘김라희 법’ 제정을 촉구했다.

병원에서 법적 업무로 간호현장을 지키고 있음에도 일반 병동의 간호조무사는 간호 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 밀양 화재 참사 등과 같은 사건으로 인해 의사자가 되어도 법정 간호 인력이 아니었다는 꼬리표가 달린다는 이유에서다.

(사진 왼쪽부터) 울산경남간호조무사회 하식 회장, 고 김라희 간호조무사 남편 이재문 끼. 홍옥녀 대한간호조무사협회 회장. 김길순 간무협 수석부회장. 곽지연 간무협 부회장.

대한간호조무사협회(이하 간무협, 회장 홍옥녀)와 밀양 세종병원 희생 간무사 유가족은 지난 6일 컨퍼런스하우스달개비에서 ‘밀양 세종병원 화재참사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참사에서 희생된 故김라희 간호조무사의 남편인 이재문 씨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재문 씨는 지난 2014년 장성요양병원 화재 당시 故 김귀남 간호조무사는 법정 간호 인력으로 희생당했으나 아내인 故 김라희 간무사는 같은 간호업무를 수행하면서도 간호인력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을 최근 알게 됐다는 점을 전했다.

이재문 씨는 “아내는 간호사 못지않게 일을 하면서도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도 그렇지만 일부 환자들이 간호사에게 부르는 ‘선생님’이 아닌 ‘아가씨’로 부를 때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다고 말하곤 했다”며 “여기까지가 아내 직업인 간호조무사에 대해 알고 있는 전부였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어 “하지만 아내가 사망한 후에야 간호조무사의 한이 얼마나 큰지 알게됐다”며 “일반 병동의 간무사는 투명인간도 아닌데 간호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씨는 의사자와는 별개로 지방 중소병원의 열악한 환경에서 간호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조무사를 법정 간호 인력으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지켜줘 제 2, 제 3의 故 김라희 간무사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故김라희 법’ 제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정부는 의료현실을 반영해 간무사들이 투명인간이 아닌 당당하게 간호 인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별도로 간호대를 진학하지 않고서도 간호조무사로서 자존감을 갖고 전문 직종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덧붙였다.

실제 간호조무사 법정 간호인력 인정 현황을 살펴보면 1차 의료기관, 정신병원, 요양병원, 보건지소 및 건강생활지원센터, 노인장기요양기관, 산후조리원, 보육시설 및 유치원, 장애인복지시설은 법적으로 간호사장원의 일부 또는 전부를 간호조무사로 대체 인정하고 있으나 병원급 이상 급성기 의료기관 근무 간호조무사는 법정 인력기준이 없어서 간호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단,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에 한해 근무시간별 간호조무사 1인당 환자 수 일부는 인정한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 홍옥녀 회장(사진 오른쪽)이 '故 김라희 법' 제정의 필요성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낭독하고 있다.

이 같은 ‘故 김라희 법’ 제정에 대한 주장은 유가족과 함께 자리한 대한간호조무사협회 홍옥녀 회장으로부터 우선 제안됐다.

이날 홍옥녀 회장은 유가족 이재문 씨의 기자회견문 발표에 앞서 호소문을 낭독했다.

홍옥녀 회장은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는 열심히 간호 인력으로서 소임을 다해 일하고 환자와 함께 목숨을 바쳤으나 법정 인력이냐 아니냐의 잣대에 의해 죽음조차도 구분되어지고 마치 죄를 진양 버림받는 간무사의 처절한 현실을 여실히 나타냈다”며 “故김라희 간무사는 병원급 의료기관 일반병동의 법정 간호인력으로 인정받지 못했고 간호수가 차등제에 포함되지 못해 오히려 규정상 간호인력이 아니라는 비난의 대상이 됐다”고 지적했다.

홍 회장은 이어 “간호조무사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억울하다”며 “이번 참사를 계기로 故김라희 법을 만들어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가족 이재문씨에 따르면 故 김라희 간호조무사는 간무사로서의 한을 풀기 위해 부산·경남 지역의 한 대학 간호학과에 입학원서를 넣고 최종발표를 기다리던 중에 세종병원 참사로 희생돼 안타까움을 전해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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