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ORP를 통해 들여다 본 ‘인권과 평화’

[의학신문·일간보사] 인권 및 평화 세션(Standing Committee on Human Rights and Peace, 이하 SCORP)은 어떤 사회에서든 모든 사람들이 동등하고 안전한 인권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특히 취약계층 사람들의 인권과 평화를 증진하고 보호하도록 촉구하는 상임위원회다. 난민 문제, 사회적 요인과 건강의 관계, 의료윤리 등 전세계 의대생들이 다양한 인권문제에 대해 알아보고 토의하는 시간을 가지고 또한 각 나라에서 진행해온 활동들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SCORP 세션에서는 다양한 접근방식을 통해 ‘인권과 평화’가 추상적이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닌 우리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개념임을 상기시켜 주었다. UN이 정한 30가지의 인권에 대해 배우고 논하는 ‘Human Rights 101’, 각국 의대생 단체에서 진행하는 인권 관련 활동을 포스터를 통해 소개하는 ‘SCORP Fair’ 등의 프로그램들은 인권에 대한 다양하고 구체적인 시각을 키워주었다.

특히 ‘Poverty, Health, and Access to Medicines’ 프로그램에서는 조별로 종이와 테이프를 분배하여 가장 높게 탑을 쌓는 활동이 있었다. 조마다 종이와 테이프의 양에 차별을 둠으로써 국가들이 본래 가진 인프라나 자본에 따라 나라의 흥망성쇠가 결정됨을 알려주었다. 재료의 양이 많은 조는 시행착오를 통해서 노하우를 쌓고 그 결과 더 높은 탑을 쌓는 반면, 그 양이 적은 조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도 가진 테이프나 종이의 한계에 부딪혔다.

그리고 이것이 현실 세계의 모형임을 깨닫고 서로 얽힌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법도 모색했다. 특히 나이지리아와 인도에서 온 학생들은 열띤 토론을 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주요 인권 문제들이 그들이 사는 지역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인권 문제들에 대해 무척 예민했고, 원인과 해결책 등에 대한 고민도 평소에 많이 해 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인권 문제에 무지했던 스스로를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간단하지만 숨은 뜻을 가진 작은 활동들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의료계와 전반적인 사회 문제에 대한 눈을 키우며 해결 방향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Think Globally, Act Locally’라는 IFMSA의 행동 구호에 맞게 의대생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한 ‘Training Program’의 ‘Public Speaking Program’ 또한 흥미로웠다. 가장 놀라웠던 점은 진행자들이 전문 강사가 아닌 여러 나라의 의대생들이었다는 점인데,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전에 강연을 준비하여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서로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고 직접 연습해 봄으로써 리더에게 필요한 기술들을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몸으로 익힐 수 있었다.

인권과 평화라는 개념에 대해 6박7일 동안 생각해 보니 추상적이어서 해결책에 접근하기 어렵고, 모두에게 적용되는 보편적인 개념인 만큼 그 중요함을 깨달았다. 또한 다양한 사람들과 생각들을 마주하며 그동안 좁은 세계에 갇혀 살아왔던 저희를 발견하였고, 스스로를 한층 더 성숙시킬 수 있었다. 20대의 대학생들이 쉽게 정의를 내릴 수 있는 개념들은 아니나 의료인으로서 모든 이들의 ‘인권’과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권리이며 책임이라고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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