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한 의료 보험 제도 운영 필요…보건의료 소비 집단으로 봐서는 안돼
비호지킨림프종 BR요법 비급여로 환자 경제적 고통

"치료효과가 충분히 입증된 약제에 대해서는 환자들이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게 국가가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조석구 교수(사진·한국실험혈액학회 회장)는 최근 의학신문·일간보사와 만난 자리에서 비호지킨림프종 치료효과가 입증된 약제에 대해서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석구 교수는 "비호지킨림프종도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반응률이 우수하고 부작용이 적은 약제를 사용하는 것이 환자들의 치료 성적을 올리는 데 중요하다"며 "하지만 치료 효과가 입증된 약제들의 급여가 늦어지고 있어 환자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호지킨림프종 치료제인 BR(Bendamustine+Rituximab)요법은 기존 치료법 대비 무진행 생존율(PFS)이 2배 이상 높은데도 아직 국내에서 급여가 되지 않고 있다.

BR요법은 벤다무스틴(Bendamustine)이라는 약제와 리툭시맙을 병용하는 치료법으로 다른 치료법에 비해 혈액학적 독성이 적어 패혈증, 중증 감염 등 심한 부작용이 거의 없다. 혈액수치가 떨어지는 것도 적고, 환자가 음식을 먹지 못하거나 구토로 힘들어하는 경우도 적어 효과가 뛰어나다.

하지만 BR요법에 대한 급여가 안되어서 R-CHOP으로 치료 실패한 비호지킨림프종 환자가 BR요법을 쓰고 싶어도 보험이 되지 않아 쓰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BR요법에 사용되는 벤다무스틴이 오래된 약제이다 보니 급여 승인에 필요한 서류가 부족하다.

하지만 가까운 일본의 경우 법적 절차보다 환자 입장을 고려해서 벤다무스틴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일본은 BR요법에 급여가 적용되어 있다.

조석구 교수는 "일본 등의 나라가 효과 좋은 약제에 대해 지원하는 이유는 환자 경제적 고통을 분담하기 위함"이라며 "우리나라도 실제 치료비용을 부담하는 환자들의 입장을 고려해 좀더 유연하게 의료 보험 제도를 운영하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혈병과 같은 혈액암이지만 비호지킨림프종은 현재 질환에 대한 낮은 인식과 사회적 관심으로 치료 옵션이 부족하다.

하지만 전체 림프종으로 봤을 때 장기 생존율이 50~60% 정도로 백혈병에 비해 발병률과 생존율은 더 높아 사회적 관심만 있으면 많은 환자들이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조석구 교수는 "유방암, 폐암 등 다빈도 질환에 비해 환자 수가 적고, 사회적 관심이 덜하다 보니 치료효과가 충분히 입증된 약제라도 급여되는 속도가 느려지는 것 같다"며 "BR요법은 현재 많은 나라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는 치료법이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급여나 적응증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환자들의 접근성이 다소 제한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암 환자 치료 시에는 약효뿐만 아니라 삶의 질까지 생각해야한다"며 "지연형, 저등급비호지킨림프종에 있어서 BR요법은 약효뿐만 아니라 삶의 질도 높여주는 치료법이고 특히 미국 NCCN 가이드라인에서 대표적인 저등급비호지킨림프종에 선호되는 치료법으로 등재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조석구 교수는 "비호지킨림프종은 아형별로적용되는 치료법 또한 다르기 때문에 치료를 받는데 있어 불이익을 받더라도 환자들이 큰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며 "환자가 좋은 약제로 치료해 병원에 오는 횟수가 줄어든다면 이는 환자는 물론 국가입장에서도 낭비를 줄이는 일"이라고 밝혔다.

조석구 교수는 "효과 좋은 약제가 있다면 제도적 제한을 두기보다 환자의 실제 이익을 위해 길을 열어주는 등 보건의료 분야를 소비 집단이 아닌 중요한 산업 분야로 봐야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도 약가나 급여를 책정할 때 이를 비용적 측면으로만 보기보다 환자들을 위한 길을 열어준다는 관점에서 유효성 입증된 약제는 급여를 확대해 주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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