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제도 본래 취지 역행…시장경제 논리에 맞겨야

의료기관 제증명서 수수료 상한액을 설정한 고시안이 지난 27일 발표된 가운데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진단서

앞서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의 제증명수수료 항목 및 금액에 관한 기준’ 고시 제정(안)을 마련, 지난 27일 행정예고 했으며, 7월 21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친 후 9월 중 확정될 예정이다.

이번 행정예고안은 지난해 12월 20일 ‘의료법’이 개정으로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현황조사‧분석결과를 고려해 제증명수수료의 항목 및 금액에 관한 기준을 고시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에 의료계에서는 제증명 수수료 비용 상한선을 규정하는 규제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에 따르면 의료기관에서 발급하는 진단서 등 각종 증명서는 단순한 서류양식이 아닌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의사의 의학적 판단과 진료기록을 담은 고도의 지식 집약적 문서다.

즉 결국 의사에게 법적 책임까지 뒤따르게 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서류로 치부해 낮은 수수료 상한선을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특히 진단서 작성 등은 의사의 각고의 노력이 수반되는데 이러한 특수성을 무시하고 의료기관 간 실질적인 차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획일적 가격 책정을 강제하는 것이 문제라는 게 의협 측 지적이다.

여기에다 진단서 등 발급수수료는 비급여 사항으로 국가가 가격 결정에 개입하지 않고 자유로이 가격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기에 비급여 제도 본래 취지에도 역행한다는 것.

의협은 “정부는 의료기관 개설자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 충분한 논의 및 협의 없이 진행한 금번 의료기관의 제증명수수료 항목 및 금액에 관한 기준 제정 행정예고를 전면 재검토를 요구한다”며 “향후 비급여 관리 부문에 대한 의료계의 합리적 의견을 적극 수렴한 수용 가능한 대안을 모색해 줄 것”을 촉구했다.

서울시의사회(회장 김숙희)에서는 의협과 같은 입장을 밝히고, 심평원이 제증명서 빈도를 조사에서 의료기관 대상이 자체가 미약했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서울시의사회는 “표본대상이 너무 적어 오류가 생길 수 있기에 필요하다면 의료계와 정부가 공동으로 확대 조사에 나설 의향이 있다”고 제안, “앞으로 행정예고 될 제증명 수수료 기준이 현실을 고려할 것”을 요구했다.

이같은 입장은 개원의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비급여 항목을 정부에서 규제한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시각이다.

A개원의는 “급여 범위에 속해있지 않은 진단서 발급 비용을 상한선을 정한다는 것이 말이 안되고, 공정 거래 위반”이라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의사의 소견, 향후 치료에 대한 계획이 다수 포함돼 있기에 동사무소에서 발급하는 등본 등과 같은 서류로 오해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또 B개원의는 “병원행정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증명서 등 가격이 너무 싸서 남발 발행을 요구 하거나 그냥 보관용으로도 소장하려고도 할 것”이라며 “현재 증명서 가격도 저렴하다. 최소한 상한액이 현행 평균 수준은 돼야한다고 생각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의료기관 제증명 수수료 관련 고시안’의 전자공청회에서도 반대 입장이 피력되고 있다. 네티즌들은 하나 같이 비급여 항목을 정부가 규제한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시각으로 대부분 의사로 추측된다.

C네티즌은 “서민 생활과 국가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기름값도 주유소의 자율에 맡기고 수요와 공급이 가격을 정하는 시장 경제의 논리에 맡긴다”며 “주유소는 입구에 기름값을 표시하니 국민이 알아서 비싼 주유소는 가지 않는다. 의료기관도 비급여 가격을 공개하니 제증명 수수료가 비싸면 환자는 알아서 선택을 하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D네티즌은 “의사와 환자간의 개인 계약에 의한 거래에 왜 국가가 관여해 강제하는가”라며 “중국집에서 먹은 자장면 값도 맛에 비해 가격이 비싸니 국가에서 강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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