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인 간호인력난 해결방안 마련이 최우선 과제
간호사 일과 가정 양립 가능한 환경구축 방안 시급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이대로 괜찮나?’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의 원인 중 하나로 우리나라 특유의 간병·병문안 문화가 지적되어 제 2의 메르스를 막기 위한 대안으로 떠오른 ‘간호·간병통합서비스’. 2016년 기준 1만8000여 병상에서 40만 명의 환자가 이용하고 있으며 인력난 외에는 감염병 차단, 간병비 부담 감소 등에서 성공적인 정착 단계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있다. 그러나 본지(일간보사·의학신문)가 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병원 일부를 확인해 본 결과 정책과 현장에는 큰 괴리감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2018년 전면 확대를 앞두고 일선 병원계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현황을 긴급 점검하여 3차에게 걸쳐 게재한다.

<글 싣는 순서>
① 통합서비스 병동에 사적 간병인 활용?
② 현장과 정책의 괴리, 그 안에서 피해는 환자 몫?
③ 제대로 된 정착을 위해 개선할 점은? ◀

일선 의료계 관계자들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제도의 본래 취지가 훼손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정부 주도하에 객관적인 점검을 거쳐 이해 당사자들이 타협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는 여론이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환자와 간호사의 모습.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즉, 통합서비스의 성공을 낙관하기 보다 현장의 목소리를 냉철하게 듣고 제도 확대의 완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예상되는 문제점을 충분히 보완해 제도의 단추를 제대로 꿰어야 한다는 의미로 요약된다.

다양한 제안 속에서 의료계 관계자들의 개선 방안은 다소 상이했지만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근본 입장은 같았다.

우선 병원계는 해결되지 않고 있는 간호인력난 문제를 재차 지적했다.

지방과 중소병원은커녕 대형병원들도 준비가 안된 상황에서 급격하게 늘어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이 간호인력난을 부채질했다는 것이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병원 전체로 확대하면 향후 6만5천명의 추가 간호 인력이 필요하고 고령화 등으로 인해 수요는 더욱 늘어날 텐데 공급은 너무 제한적”이라며 “지방 중소병원은 간호사를 구할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간호대 정원을 증가시키거나 간호인력 양성을 다양화하는 등 할 수 있는 무엇이든 해야 한다”며 “일본은 제도를 시행하기 전부터 인력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20년간 고민했는데 우리는 밀어붙이기만 하고 있기 때문에 흔들리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자료에 따르면 2013년 13곳(1420병상)에 불과하던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참여 병원이 2016년 5월 기준 338곳(2만2280병상)으로 4년 사이 30배 가까이 증가했다.

중소병원협회 관계자 또한 성급하게 진행되고 있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급하게 진행되던 제도의 역효과가 하나둘씩 터지고 있다”며 “자본이 틀리고 대우가 틀린 수도권으로 간호 인력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데 정부가 직접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간호조무사를 활용하는 방안을 찾거나 간호학과를 졸업한 간호사들이 취업하기 전에 해당 지역에서 2~3년간 근무한 뒤 타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게끔 하는 ‘지역 간호사제(가칭)’ 등이 그것.

아울러 그는 일본의 제도를 모티브로 따왔는데도 불구하고 일본처럼 철저한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비판했다.

그는 “일본은 간호사에 대한 합리적 보상책을 마련해 병원마다 간호사를 확충하는데 오랫동안 노력했다”며 “그 결과 간호료도 그 전과 비교하면 20% 이상 늘었고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와의 관계를 명확히 해 이직률도 낮췄다”고 전했다.

■ “이대로는 안 된다” 이해 당사자들 위기감 팽배

흔들리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시행 전부터 이미 예견됐다는 의견도 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의 간이 스테이션(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한 간호대학 교수는 “오히려 간호사들이 나서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확대를 막아야 한다”며 “간호사들에게 급여 상승으로 동기부여를 해주던가, 인력배치를 효율적으로 해주던가 하는 등의 변화가 필요한데 간호계도 객관적인 데이터를 토대로 단호한 행동을 보여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이는 정부의 계획에 맞춰 간호계가 무작정 따라가기만 해서는 실패할 것이 뻔한 제도에 동의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는 이어 “임신순번제, 태움문화 등도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질을 높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지도 못하는데 단순히 간호간병통합 병동이 많다고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통합서비스 병동에서 환자들과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각각의 대표단체 입장은 좀 더 명확하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2014년도 간호대학 졸업자 수는 인구 10만 명당 97.3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고 면허 소지자도 OECD 평균인 12.8명을 넘는데 공급 부족으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잦은 간호사 이직과 휴직의 근본원인을 해결하고 일과 가정이 양립 가능한 환경을 마련하며 다양한 선택근무제를 도입 하는 등의 개선 없이는 아무리 간호사를 양성해도 수급불균형을 해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간호조무사 차별정책 개선이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성공에 밑바탕이 된다고 주장했다.

간무협 관계자는 “간호간병통합병동 안에서 일어나는 간호조무사 인권유린과 차별정책 개선 없이 사업은 성공하지 못 한다”며 “계약직 신분으로 인한 자존감 결여로 이직이 빈번해 간무사는 철새로 전락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간무사 인력배치기준인 1:40이 1:20 수준까지 낮아져야 원활한 역할을 수행 할 수 있다”며 “4년제 간호사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2년제 간호조무사를 양성해야 하고 그들이 간호사와 함께 진정한 ‘팀 간호'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인식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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